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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가 둘이다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첫째를 가졌다

시험관으로 어렵게 가진 첫째여서 아이가 까다로운 편인데도 나름 열심히 길렀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여서 힘든 점이 많았다

살던 곳이 아닌 지방에서 새로 적응해야 했지만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괜찮았다

서울에서 회사다닐 땐 본질적인 인간의 외로움을 많이 느꼈는데

아이가 생기고 항상 같이 다니니까 외롭지 않았다

아이가 내 친구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만2세였나 

롯데마트에 다개국어로 유명한 서연맘 이지나 씨가 온다고 해서 빠르게 예약하고 아이를 데리고 강의를 들으러 갔다

난 아이가 꽤 컸으니 아이를 옆에서 놀게 하며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난장판을 치고 다녔다

그 날 나는 수업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아이를 돌보느라 수업을 방해했고 결국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밖에서 아이를 붙잡고 절망적으로 엉엉 울고 말았다

아이를 위해서 강의 하나도 못듣는구나

나도 영어 잘하고 싶어서 들으러 왔는데 단 하나도 나를 위한 것을 할 수가 없구나

누가 보면 3살 짜리 아이를 데리고 무엇을 하러 간다고 하는게 내가 잘못한 거라 하겠지만

그때 난 이제 슬슬 초보맘 딱지떼어도 되겠지 생각했었다

오산이었다

 

 

그렇게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완성적인 가족을 꿈꾸는 나는 아이 3명을 키우고 싶지만

2명까지는 키우겠다 생각해서 둘째 아이를 가졌고 낳았고 피를 많이 흘려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다행히 살았고 그렇게 2명을 키우던 중

 

 

오늘

안그래도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예매를 며칠 놓쳐서 

새로 예매가 열리는 기회가 생겨 예매창에서 12시에 예매하려고 했는데

애들 돌보고 집안일 하다가 12시 반이 되었다

분명히 11시였고 알람 맞추고 예약창도 켜놓고 있었는데

잠시 돌아서보니 12시 반이다

절망이다

아이가 있으면 무엇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

아이는 언제 안전사고가 날지 몰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하루종일 뭔가를 계속 요구하며

논리적인 사고가 잘 안되고

끊임없이 훈계해야 한다

육아 때문에  콜드플레이 티켓도 날아간 것인가

20만원 짜리는 생각도 안한다 66천원 짜리라도 거기에 앉아서 나도 즐겼다는 정도만 만끽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마음이 내려앉는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그렇게 희생이 필요하다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엄마도 아빠도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아이는 나를 너무나 필요로 하고 맨날 사랑한다고 한다

외롭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내 모든 걸 희생했다

내 커리어도 끊어졌고 앞으로도 가능하기 힘들 것 같다

내가 만약 일을 하게 되면 그만큼 나를 대신해서 누군가가 아이들을 키우고 돌봐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우리 부모님도 손주들 돌보기 싫어한다

우리 시부모님도 손주들 돌보기 싫어한다

아이들은 잠시 볼 땐 좋지만 케어하려면 정말 귀찮고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커서 부모를 고마워만 해준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니가 좋아서 낳고 희생이냐고 하겠지만

인간을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보답 보상이라면 아이를 통해서 다시 세상을 배우고 나의 생각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아이들이 엄마 사랑한다고 하는 것

예쁜 아이들의 얼굴과 부비부비하고 살을 맞대며 잠잘 수 있다는 것

아이가 엄마 아빠 사랑한다는 편지 쪽지 쓰는 것

너무 감사하고 영혼이 풍부해지는 일

그러나 나의 것을 희생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