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떤 색이 되어도 너야” – 파랑이와 노랑이,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왜 ‘겉’을 보고 판단할까?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은 나를 대상화한다”고 했습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인식하게 된다는 말이죠.
『파랑이와 노랑이』에서 부모는 초록이가 된 아이들을 “우리 아이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초록이 안에는 여전히 파랑이와 노랑이의 사랑과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타인의 시선이 만든 ‘나’로 살아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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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성(identity)과 변화의 역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입니다.
색이 변한 파랑이와 노랑이는 정말 더 이상 그들일까요?

동일성의 철학에서는 이런 질문이 중요합니다:

변화했는데 여전히 나일 수 있는가?

외형이 바뀌어도 ‘본질’이 유지된다면, 우리는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있을까?


이 물음은 결국 우리 삶 속 모든 ‘관계’와 연결됩니다.
사랑, 우정, 신뢰는 외형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 공유된 시간 위에 쌓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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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혼합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또한 ‘혼합된 정체성’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서로 껴안아 하나가 된 파랑이와 노랑이는 더 이상 이전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존재—초록이—가 되었고, 이는 관계 속에서 탄생한 정체성입니다.

이는 ‘개인 대 사회’, ‘나 대 너’의 경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타인과 깊이 연결될 때, 나는 어디까지 나일 수 있을까?

사랑, 우정, 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나’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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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이 모든 질문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있을 때, 불쑥 마음속에서 자라났습니다.
아이에게 “이 친구들이 색이 바뀌었는데, 여전히 친구일까?”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응, 마음은 그대로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짧은 말이 저를 한참 동안 멈춰 서게 했습니다.

결국, 이 책은 말합니다.
“너는 어떤 색이 되어도, 너야.”
그 단순한 진리가, 우리가 잊고 있던 철학이었습니다.